형법2 건물주의 형사법적 책임
<건물주의 형사법적 책임>
주제: 건물주의 건물에 대한 안전관리의무와 형사법적 책임(업무상과실치사, 치상)
형법 제 268 조 (업무상 과실·중과실치사상)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Ⅰ. 업무상 과실치상 · 치사죄
1. 보호법익
업무상 과실치상·치사죄는 생명·신체를 침해하는 범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형법 제 268조의 보호법익은 생명·신체입니다.
2. 구성요건
(1) 객관적 구성요건
1) 행위 주체 : 업무자
업무자란 ‘업무를 수행하는 자’를 의미합니다. 이때 업무는 통설로 ‘사회생활상의 지위를 근거로 하여 지속적으로 종사하여 행하는 사무’를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수행하는 직무 자체가 위험성을 갖기 때문에 안전배려를 의무의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사람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의무의 내용으로 하는 업무도 포함됩니다. (대법원 1988. 10. 11. 선고 88도1273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도3493 판결 등 참조)
2) 결과의 발생
업무상의 과실 도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사람이 사망 또는 (중)상해에 이르는 결과가 발생해야 합니다.
3) 인과관계
사람의 사망 또는 (중)상해의 결과와 행위자의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 즉 객관적 귀속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4) 객관적 예견 가능성
결과 발생에 대하여 객관적인 예견이 가능해야 합니다.
(2) 주관적 구성요건
주의의무를 위반하는 과실이 있어야 합니다. 업무를 수행하는 업무자에 대하여는 특별히 일반 사람보다 더 강한 주의의무가 요구됩니다. 따라서 업무상 과실치상 · 치사죄는 그 결과를 야기하였다는 이유로 가중처벌 대상이 됩니다.
제천 화재 사건 2017년 12월 21일 15시 53분 충청북도 제천시 하소동 9층짜리 스포츠센터 주차장에 있는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2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습니다. 스포츠센터의 건물주 甲은 사고 발견 당시 소화전을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건물 내로 진입하여 사람들을 대피시켰습니다. 그러나 여자 사우나에는 알몸의 여성들이 있을 것을 우려해 내부로 진입하지 않고 문밖에서 소리만 질렀습니다. |
Ⅱ. 건물주의 형사법적 책임
1. 건물주의 ‘업무’
통설에 의하면 업무는 업무자의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야 하고 이에 지속해서 종사하여야 합니다. 건축상 과실, 건물 화재, 건물 붕괴 등 관리에서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구성요건과 책임성 등의 판단을 통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성립 여부를 결정합니다.
【판례】 삼풍백화점 붕괴 건물(삼풍백화점) 붕괴의 원인이 건축계획의 수립, 건축설계, 건축공사공정, 건물 완공 후의 유지관리 등에 있어서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에 있다고 보아 각 단계별 관련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단한다. (대법원 1996. 8. 23. 선고 96도1231)
이때, 건물주가 안전배려나 안전관리 사무에 계속 종사하거나 그러한 계속적 사무를 담당하는 지위를 가지지 않은 채, 건물을 비정기적으로 수리하거나 건물 일부분을 임대한 경우 형법 제 268조의‘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아래 판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판례】 건물주의 ‘업무’ 1. 아크릴 벽 낙하 사건 3층 건물의 소유자로서 건물 각 층을 임대한 피고인이, 건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참의 전면 벽이 아크릴 소재의 창문 형태로 되어 있고 별도의 고정 장치가 없는데도 안전바를 설치하는 등 낙하사고 방지를 위한 관리의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건물 2층에서 나오던 갑이 신발을 신으려고 아크릴 벽면에 기대는 과정에서 벽면이 떨어지고 개방된 결과 1층으로 추락하여 상해를 입었다고 하여 업무상과실치상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업무상과실치상의 공소사실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축소사실인 과실치상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이 정당하다고 본다.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6도16738)
건물주가 그 이상의 안전배려나 안전관리 사무에 계속 종사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업무상과실치상에서 ‘업무’를 인정하지 않고 축소 사실인 과실치상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판결입니다. 이는 단지 건물을 비정기적으로 수리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건물 소유자의 행위가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다음은 건물주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어 건물주가 화재 사고의 책임을 지는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판례입니다.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판례】 2. 서예학원 화재(2심) 사건 건물의 소유주로 이 사건 건물을 신축한 이후 전기 점검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점, 피고인 1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2가 누수에 대한 방수공사를 하기는 하였지만 근본적으로 누전을 막을 공사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이자 관리책임자로서 화재발생에 대한 예방, 화재시의 진화 및 대피시설 등에 대하여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2009. 1. 15. 선고 2008노1366)
2심에서는 건물을 신축한 이후 전기 점검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점, 누수에 대한 방수공사를 하였지만, 근본적으로 누전을 막을 공사는 하지 않았다는 임차인의 진술 등을 종합하여, 건물주이자 관리책임자는 화재 발생에 대한 예방, 화재 시의 진화 및 대피 시설 등에 대하여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판례】 3. 서예학원 화재(대법원) 4층 건물의 2층 내부 벽면에 설치된 분전반을 통해 3층과 4층으로 가설된 전선이 합선으로 단락되어 화재가 나 상해가 발생한 사안에서, 4층 건물의 소유자로서 위 건물 2층을 임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과실치상죄에 있어서의 ‘업무’에 관한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건물의 안전에 이상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에 정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에는 심리미진 등의 이유가 있어 원심 파기한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도1040) 분전반이나 전선이 임차인의 지배관리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여부, 임차인에게 위 분전반이나 그 내부 전선의 이상으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 나아가 그 주의의무가 ‘업무상’의 주의에 속하는지 여부 등을 심리하지 않은 채, 분전반이나 건물의 3층과 4층에 이르는 전선이 화재원인이고 10여 년간 건물 2층을 임차해 오면서 당해 건물의 안전에 이상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본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등을 이유로 파기한다.
안전배려 내지 안전관리 사무에 계속 종사하여 위와 같은 지위로서의 계속성을 가지지 아니한 채, 단지 건물의 소유자로서 건물 일부분을 임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업무상과실치상죄에서 ‘업무’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판례에 의해 건물을 비정기적으로 수리하거나 건물 일부분을 임대한 경우 형법 제 268조의‘업무’에 해당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건물주의 ‘주의의무’
객관적 구성요건인 건물주의 ‘업무’가 인정되는 경우, 주관적 구성요건으로써 업무상 ‘주의의무’를 논해야 합니다. 업무자에게는 더 중한 주의의무가 부과되는 것으로 보아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건물주가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에 관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판례】 건물주의 주의의무 1. 사격장 화재 2009년 사격장의 발사장 안에서 사격을 하던 중, 매그넘 권총으로 마지막 1발을 격발할 때 발생한 유탄의 충격에 의해 주위의 가연물에 착화하여 불길이 일고, 사격장 전체로 화재가 확산되고 다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당시 사격장 안에 있었던 15명이 사망하고 1명이 전신 3도 화염 화상을 입었다. 이 때 건물의 소유자이자 운영을 총괄하던 자의 업무상 과실치사 및 업무상 과실치상 죄가 인정되어 각 금고 3년 형이 선고 되었다.(부산지법2010가합13117)
발사장 안에서 총기 격발로 인하여 발생하는 화약가루가 화재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매일 진공청소기, 물걸레 등으로 깨끗이 청소하고, 청소로 모아진 화약가루를 물로 씻어내는 등 완전히 제거해야 하고, 발사장 안에는 총기 격발로 인한 불꽃, 유탄 마찰력 등으로 인한 발화 위험이 있으므로 발사장 안에서 가연물이 될 만한 풍선, 화약가루 등을 발사장 사로 부근에 모아서 보관하지 않아야 하며, 이를 위해 사격장 종업원들에 대해 주기적으로 화재 예방 및 소방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고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그 화재의 확산방지와 인명 및 재산피해의 극소화를 위한 인명구조 대피 유도 훈련을 하는 등 제반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사격장 화재 사건의 피고인에게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아래는 민사사건에서 건물주의 주의의무가 인정된 판례입니다.
【판례】 건물주의 주의의무 2. 치킨 배달부 추락 치킨 배달부가 건물에 도착하여 불이 켜져 있던 3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마당과 연결된 철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바로 약 4~5m 아래의 1층 바닥으로 추락하여 상해를 입었다. 이 사건 건물의 소유자이자 사고 현장의 점유관리자인 피고는 위험한 구조물인 엘리베이터 설치용 공간 입구에 시정장치를 하거나 눈에 잘 띄도록 경고 시설을 해두어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릴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에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보았다.(울산지법2012가합8273)
하지만 위 판례들은 건물주가 곧 업무관리인 즉 건물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었을 때로, 건물을 임차인에게 임대한 건물주의 업무상 주의의무 등 건물주가 건물을 점유하지 않는 경우에 관한 논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아야 합니다.
3. 제천 화재 사고 (판결문이 공개되지 않아 관련 기사 내용을 종합하여 구성하였습니다.)
2018년 7월 13일 청주지방법원 제천지원 협사합의부(정현석 부장판사)는 충북 제천 화재 참사와 관련해 노블휘트니스앤스파 건물주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징역 7년에 벌금 천만 원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건물의 빈번한 누수ㆍ누전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고 영업을 개시한 것과 직원 소방교육이나 훈련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고 각자의 지위에 따라 피고인들에겐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는데도, 모두가 이를 소홀히 해 피해가 발생했음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건물주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과 피해 발생의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누수나 누전으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기 힘들었다."고 반박하였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018년 7월 18일, 건물주를 포함한 피고인 5명과 검찰 모두 항소하였고 항소 첫 공판이 2018년 10월 4일 대전고등법원 청주재판부 형사1부(김성수 부장판사)에서 있었습니다. 이번 건물주 측 변호인은 "화재 원인 자체가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고 심리가 계속 진행 중입니다.
건물주에게 건물의 전기 점검 등의 관리를 할 것, 화재 발생에 대한 예방, 화재 시의 진화 및 대피 시설 등에 대하여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은 이전 판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으나, 건물을 비정기적으로 수리하거나 건물 일부분을 임대한 경우를 형법 제 268조의‘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업무상 과실치사상의 구성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이 이전까지 판례의 태도였습니다.
제천 화재 사건의 1심은 구조 의무를 소홀히 한 참사의 책임을 건물주에게 무겁게 물은 이례적 판결입니다. 이 판결이 일반의 신뢰를 획득하고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한다고 보나, 이전보다 줄어든 여론과 건물주 측에서 자신의 과실과 화재 발생 사이 인과관계의 규명되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아 이후의 판결이 충분히 뒤집힐 여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천 화재 사건을 통해 건물주의 업무상과실치사상에 대한 판단이 이전보다 더 구체화하고 엄격해질 것이라 판단됩니다.